Monthly Archives: August 2008

글리벡의 역사 II

글리벡의 특허출원을 찾아본 건 글리벡 특허가 각 나라에서 언제 만료되는지 궁금해서였다. 원래 글리벡 이야기를 꺼낸 거는 이 글리벡이 WTO의 논쟁적인 주제 중에 하나인 TRIPS and Public Health에서 종종 예로서 언급되는 약이기도 하고,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과 관련되어 자주 언급되기도 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인도에서 Novartis가 인도 특허법 제3조(d)가 TRIPS 위반이고 또한 인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소송의 이유는 글리벡의 ever-greening을 인도 상공부 특허국에서 허락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일은 이 건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계속) <– 이거 너무 많이 쓰니까 좀 미안하지만…

글리벡의 역사

글리벡은 최초의 표적 항암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여러 가지 화려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글리벡의 개발 역사는 The History Of Glivec에 잘 정리되어 있다. 영어로 되어 있어 불편하다고 느낄 사람들을 위해 대략 정리하자면,

  • 1960년: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 (Peter Nowell, MD, of the U Penn Med School and David Hungerford, MD, of the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 – 22번 염색체 결함을 발견했고 이는 나중에 (그 유명한) 필라델피아 염색체로 명명된다.
  • 1973년: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의 치환(translocation) 과정을 밝힘 (Janet Rowley, MD, at the U of Chicago) – 다른 종류의 암에서 생기는 치환을 밝혀내는 데 선구적 업적이 된다.
  • 1980년대: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백혈병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 및 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효소(enzyme, BCR-ABL)를 만들어내며 이 효소가 세포의 정상적인 유전 명령을 바꾼다는 것을 밝혀냄 (David Baltimore, Ph.D와 Owen N. Witte, MD)
  • 1990년대: 이 BCR-ABL을 억제하는 약품의 개발이 진전되었고, Novartis (당시 Ciba-Geigy)의 수석연구원 Nicholas Lydon, Ph.D.와 Alex Matter, MD가 글리벡의 후보 물질 개발
  • 4명의 연구원 팀이 글리벡의 초기 물질을 완성
  • 1994년: (백혈병 치료에서 유명한) Dr. Brian Drucker와 Dr. Elizabeth Buchdunger, Dr. Helmut Mett, Dr. Thomas Meyer가 방대한 실험을 통해 글리벡을 발견 (혹은 완성).
  • 1993년과 1995년에 특허 출원

글리벡 음모론

인터넷에서 읽은 글 중에는 글리벡 개발사가 백혈병 완치제를 개발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치제가 아닌 억제제만을 개발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완치제를 개발하지 않고 억제제만을 개발한 이유는 억제제가 훨씬 돈이 많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결합 논리였다.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이 의학이나 생물학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약품 개발에 대해 잘 모를 것은 확실하다. 나 역시 의학이나 생물학 전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처지이다.

하지만, 노바티스가 백혈병 완치제를 개발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개발하지 않았다는 음모론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글리벡이라는 약 자체만 해도 당시에는 엄청난 기술적 진보였다. 백혈병이라는 암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이다. 이 과정에 가장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 Nowell과 Rowley는 미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Albert Lasker Medical Research Award를 받는다. 이 발견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를 알려주는 간접적 증거이다. Nowell과 Rowely의 발견 후에 글리벡이 개발되기까지는 30년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에 완치제를 개발할 기술을 성취하면서 동시에 억제제를 개발하기도 하면서 억제제의 시장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완치제를 세상에 내놓지 않을 정도로 노바티스사가 엄청난 회사일까?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시나리오는 가능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글리벡 관련 특허 정보

글리벡 관련 특허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1993년과 1995년에 미국 특허상표청에 출원된 특허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의약품 산업에 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금방 찾을 수 있겠지만 그냥 일반적인 특허 지식을 갖고 있고 의약품에 많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나도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여기에는 아래 포스트가 도움을 주었다.

Generic Pharmaceuticals and IP: US: Novartis’ Imatinib patent challenged

  • 1단계: 미국 FDA의 Orange Book을 먼저 검색한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미국 혹은 유럽에서 먼저 절차를 밟는다. 글리벡은 미국에서 제일 먼저 출원되었고 의약품 판매 허가도 미국에서 제일 먼저 받았다. 미국 FDA는 의약품에 대한 FDA 허가 사항 뿐만 아니라 관련 특허 정보도 제공한다. Orange Book 주소는 Electronic Orange Book Home Page이다. 여기서 Glivec 혹은 Gleevec을 넣고 검색해 보면 Proprietary Name Search
이 나오고, 여기서 application number를 선택해서 클릭하면 Orange Book Detail Record Search이 나오고, 여기서 ‘Patent and Exclusivity Info for this product: View”를 클릭하면 마침내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Patent and Exclusivity Search Results

이 결과 페이지에서 Glivec에 관련된 특허 정보를 모두 뽑아볼 수 있다. 3개의 특허가 있다. 5,521,184, 6,894,051, 6,958,335이다.

5,521,184는 2015년 1월 4일에 만료된다. 6,894,051은 2019년 5월 23일에 만료, 6,958,335는 2021년 12월 19일에 만료된다. 글리벡으로 돈 벌 수 있는 시간은 짧으면 7년 남았다. 그리고 신약들이 계속 개발될 수 있으므로 돈 벌 수 있는 기간은 그보다 더 짧아질 수도 있다.

  • 2단계: 미국 특허상표청에서 특허를 검색한다.

미국 특허상표청에서의 검색은 Patent Full-Text and Full-Page Image Databases에서 한다. 이거는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특허 제도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 위의 세 번호를 Patent Number에 집어넣으면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 3단계: 한국 특허정보원에서 해당 특허를 검색한다.

미국에 특허출원된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에도 출원된다. 글리벡은 아주 중요한 특허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에도 출원되었다. 한국에서 글리벡 특허를 찾을 수 있으면 일본 특허청, 유럽특허청(EPO)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국 특허는 특허정보원(http://www.kipris.or.kr/)에서 검색 가능하다.

여기서도 역시 어떤 정보를 넣어야 할지 모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정보중에서 만국 공용의 정보는 PCT 출원 정보이다. 미국 특허 5,521,184를 열람해보면 그 특허에 대한 PCT 출원 번호와 PCT 공개번호(Pub. No.)가 나온다. 이는 각각 PCT/EP1998/004427와 WO99/03854이다. 이 두 번호 중 하나를 한국 특허정보원의 검색 시스템에 집어넣으면 이에 해당하는 한국 특허가 나온다.

원칙은 간단하다. pivot data가 PCT 출원 번호 혹은 PCT 공개 번호 둘 중 하나이고 이것만 알아내면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EPO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그걸 따라가는 것이 특허 정보에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보다 먼저 어려운 것은 원천 특허를 찾아내는 것이다. 글리벡의 원천 특허에는 글리벡이란 이름이 없다는 것. 게다가 일반 명사인 imatinib도 원천 특허에는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글리벡이나 imatinib이란 이름으로 아무리 찾아봐야 원천 특허는 안 나온다. 그래서 FDA 데이터베이스까지 찾아야 한다.

또 다른 허들이 있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PCT 출원 정보가 없는 경우이다. PCT 출원을 이용하는 것이 요즘에는 보편화되었지만 아직도 PCT 출원이 없이 Paris Convention Priority를 이용하는 출원이 있다. Paris 조약 우선권은 여기선 스킵하고…

글리벡의 한국, EPO에서 특허 정보

이런 방식으로 글리벡의 특허 정보를 한국, 일본, EPO에서 찾아보자. 미국 특허 5,521,184에 대해서만 해보면.

  • 한국 특허정보원

한국 특허정보원의 검색 시스템은 PCT 출원번호나 PCT 공개번호 둘 중 어느 것이나 이용할 수 있다. 검색해본 결과는 출원번호 10-2000-7000515 (출원일 2000. 1. 17)이고 공개번호는 10-2001-0021950 (2001.3.15)이다.

  • EPO

EPO 정보는 http://www.espacenet.com/에서 검색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는 PCT 공개번호로만 가능하다. ‘Publication number’에 WO9903854를 입력하면 결과를 찾을 수 있다. EPO 공개번호는 EP0998473이다.

출원서 해독

출원서는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문서라고 보면 된다. 특허 심사관들은 담당 IPC로 분류된 특허출원을 심사하는데 IPC가 조금만 달라져도 심사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물며 그 분야에 전공자가 아니면 출원서를 이해하는 것도 아주 어렵다. 그래서 나는 글리벡 특허 출원서 이해하는 거는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