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Archives: October 26, 2006

저작물의 고착(fixation)

한국 저작권법과 미국 저작권법을 비교하면서 헷갈려 했던 근본적인 이유를 발견했다. 바로 저작물의 고착(fixation) 요구조건이다.

미국법은 저작물이 되려면 고착(fixation)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법에서는 저작물이 고착(fixation)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가상의 상황을 보자. 셰익스피어가 “맥베드”를 머리 속에서 생각해 내고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이야기해주었다. 자, 그럼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저작물이 되는 것인가?

저작물이 되기 위한 다른 요건은 다 만족했다고 가정하자.

미국법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아직 “맥베드”란 문학저작물(literary work)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한국법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맥베드”란 문학저작물을 발생시켰다.

이 고착(fixation) 요구조건의 차이 때문에 저작물의 형식, 종류 등이 미국과 한국이 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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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의 TV 드라마에 대한 권리 (1)

흔히 발생하는 패턴의 사건이다. 방송작가가 대본을 써서 방송사에 주면 방송사는 드라마를 만든다. 드라마가 히트치면 이걸 복사해서 판매한다.

이 경우 방송작가가 1차 저작권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따라서 그 1차 저작물에서 파생되는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도 방송작가가 가진다.

피고의 주장이 흥미롭다.

피고들은 피고 방송사와의 계약에 의하여 소정의 대가를 받고 피고 방송사가 원작자에게 저작권사용료를 주고 방영 승인을 얻은 작품을 극본화하거나 피고 방송사가 요청하는 내용의 극본을 새로 써서 피고방송사에 제공한데 불과하므로

방송작가와 방송사의 관계를 직설적으로 묘사하는 문장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방송작가는 노예와 다름없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돈을 주고 쓰라고 시켰으니 애시당초 저작권이 방송사에 귀착되었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방송작가에게 저작권이 귀착되었다 하더라도 돈을 주고 쓰게 하는 계약관계상 저작권이 발생하자마자 양도되었다는 것이 피고측 주장이다.

방송작가와 방송사의 현실적인 관계를 고려하면 저런 주장도 할 법하다.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여기서 법원은 “work for hire”에 대한 판결은 하지 않고 있다. 방송작가와 방송사가 독립적인 계약관계(independent contractor)인지 아니면 고용주-피고용인(employer-employee)관계인지에 따라 “work for hire”가 적용이 될지 안 될지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한국 저작권법에 “work for hire” 개념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국가] – 한국
[판례번호/법원] – 대법원 제2부 1985. 5. 28. 결정, 84다카2514 손해배상 .

[원심법원] – 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84. 11. 28. 선고, 83나4449 판결 .
[키워드] – 방송작가, 대본작가, 극본, 각본, 이용허락, 텔레비전 프로그램, 방송 프로그램.

[당사자]
원고, 상대방 정하연 外 15인
피고, 신청인
1.한국방송공사(韓國放送公社)
2.주식회사 한국방송사업단(韓國放送事業團) 피고 등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범렬, 최광률, 황철수, 황명일
[참조조문 ]
舊 著作權法
第5條(同前)①他人의 著作物을 그 創作者의 同意를 얻어 飜譯.改作 또는 編輯한 者는 原著作者의 權利를 害하지 않는 範圍內에 있어서 이를 本法에 의한 著作者로 본다.
②本法에서 改作이라 함은 新著作物로 될 수 있는 程度로 原著作物에 修正. 增減을 加하거나 또는 다음의 방법에 依하여 變形 複製하는 것을 말한다.
1.原著作物을 映畵化(脚色하여 映畵化하는 경우를 包含한다)하거나 또는 映畵를 脚本化. 小說化하는 것.
2.美術的 著作物을 原著作物과다른 技術로써 轉化시키는 것.
3.音樂的 著作物을 原著作物과 다른 技術로써 轉化시켜 그 선율을 變化시키는 것.
4.原著作物을 音盤 또는 필름에 寫調 또는 錄音하는 것.
5.小說을 脚本化하거나 또는 脚本을 小說化하는 것.
6.小說, 脚本을 詩歌化하거나 또는 詩歌를 小說. 脚本化하는 것.
第19條(出版權)著作者는 그 著作物을 出版할 權利가 있다.
第26條(改作權)著作者는 그 著作物을 改作할 權利가 있다.

[판결요지]
원고들은 방송극작가로서 피고 방송사의 TV드라마 극본 제작 의뢰를 받고 극본 저작물을 피고 방송사에게 제공하였고, 피고 방송사는 위 극본을 토대로 TV드라마를 제작하여 방영을 하는 한편 그 산하단체인 피고 방송사업단으로 하여금 위 드라마를 VTR테이프에 복사하여 원고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또한 그 저작권의 사용료를 별도로 지급하지도 않고 판매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피고들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일간지에의 사과광고 게재를 청구하였는 바, 피고들은 피고 방송사와의 계약에 의하여 소정의 대가를 받고 피고 방송사가 원작자에게 저작권사용료를 주고 방영 승인을 얻은 작품을 극본화하거나 피고 방송사가 요청하는 내용의 극본을 새로 써서 피고방송사에 제공한데 불과하므로 위 극본을 피고 방송사에게 교부함으로써 원고들은 이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상실하는 것이며, 피고 방송사가 그 극본을 편집, 각색, 연출하여 TV드라마의 녹화작품을 완성한 이상 동 작품의 저작권은 피고 방송사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은 TV드라마가 원저작물인 극본을 변형, 복제하는 방법으로 개작한 제2차적 저작물로서 원고들은 위 TV드라마에 대해 제1차적인 저작권을 보유한다 할 것이고, 피고 방송사의 위 TV드라마에 대한 권리는 원고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것이므로 위 TV드라마를 TV방영이 아닌 VTR테이프에 복사하여 판매하는 행위는 원고들의 극본사용승락의 범위를 넘는 2차적저작물 이용으로서 원고들의 위 TV드라마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면서, 그 금액은 녹화 테이프 판매가격의 10%로 하였고, 사과광고게재 청구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양 당사자가 이에 모두 불복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결론을 같이 하였다.

[판결문/결정문]

$ 주문
상고허가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1985년 5월 28일

재판장 대법원판사 정택균
대법원판사 이정우
대법원판사 신정철
대법원판사 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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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의 저작물성 – 또복이 사건 (2)

앞서 또복이 사건(1)이 대법원에 올라가서 기각된 케이스이다.

[국가] – 한국
[판례번호/법원] – 대법원 제3부 1977. 7. 12. 판결, 77다90 저작권침해배제 청구사건 .

[원심법원] – 원판결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 1976. 12.10. 선고, 76나2052 판결.
[출전] – 대법원판결집, 제25권 2집(1977).
[키워드] – 제호, 저작물성.

[당사자]
원고, 상고인 정운경
피고 피상고인 삼립식품공업주식회사

[참조조문]
舊 著作權法
第2條(著作物) 本法에서 著作物이라 함은 表現의 方法 또는 形式의 如何를 莫論하고 文書, 演述, 繪畵, 彫刻, 工藝, 建築, 地圖, 圖形, 模型, 寫眞, 樂曲, 樂譜,演奏, 歌唱, 舞譜, 脚本, 演出, 音盤, 錄音, 필림, 映畵와 其他 學問 또는 藝術의 範圍에 屬하는 一切의 物件을 말한다.

[판결요지]
원고는 만화가로서 이 사건 만화 제명인 ‘또복이’를 창안하여 이를 15년간 계속 사용해 왔고, 피고는 식품회사로서 피고가 제조 판매하는 상품인 빵에 ‘또복이’라는 표시를 사용하였는 바, 원고는 자신의 만화 제명에 대한 저작권 침해의 배제를 청구하였다.
제1심은 위 만화 제명은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없다고 하였고, 뒤이은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제1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판결문/결정문]

$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 이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판결의 설시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만화제명 “또복이”는 사상 또는 감정의 표명이라고 보기 어려워 저작물로서의 보호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는 바, 기록을 정사하여 보아도 원심의 위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는 소론 저작물에 관한 법리 오해나 저작권법의 해석을 잘못한 위법이 없고, 원판결에는 소론 심리미진의 위법이나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위법도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럼으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소송 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원판사 김영세
대법원판사 안병수
대법원판사 한환진
대법원판사 유태홍

$상고이유
원판결은 저작권법의 해석을 잘못하고 특히 저작권법 제2조 소정 저작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하고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못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습니다.

1.원판결은 본건 원고의 만화제명(漫畵題名) “또복이”가 “사상 또는 감정의 표명이라고 보기 어려워 저작물성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복이”라는 제호가 그것이 제호라는 이유만으로 사상감정의 표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그릇된 판단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위 “또복이”라는 이름은 그 만화의 내용과 혼연일체를 이루어 서로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어 그 만화의 얼굴 노릇을 하는 것이오, 만일 원고의 만화에서 “또복이”라는 이름을 빼버린다면 그 만화가 독자에게 주는 감흥(感興)는 반감(半感)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러 원고의 만화제명을 “청개구리”라고 하였을 경우에 그 만화가 독자에게 주는 감흥이 어떠하겠는가를 생각하여 본다면 그때는 “또복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을 경우에 비하여 그 감흥이 훨씬 떨어질 것 임이 명백합니다. 이것은 “또복이”라는 이름이 갖는 독특한 언어적 감각이 만화 내용과 함께 어울려서 독자의 미적 감동(美的感動)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입니다.

2.물론 그 제목이 가령 위에 예를 든 바와 같은 “청개구리”라고 하는 것과 같이 이름 자체에 독창성이 없고 보통 사람이 다 아는 평범한 언어를 쓴 것이라면 그것을 들어 작자의 정신적 노작의 소산인 저작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제목 자체가 전혀 작자가 독창적으로 지어낸 이름이고 그것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적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면, 국민들의 창의(創意)를 촉진하여 문화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하려는 저작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이것이야말로 저작권으로서 보호할 저작물이 된다고 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작품의 제호(題號)가 저작물의내용이 되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표준은 그것이 단순한 제호라는 이유만으로 저작물이 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제호가 독창성이 있느냐 아니냐 하는 데 두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영국의 토마스 모아가 쓴 “유토피아”라는 저서는 그 내용 뿐만 아니라 유토피아(UTOPIA)라는 이름 자체도 작가가 독창적으로 지어낸 이름인 바 만일 토마스 모아가 현대에 와서 유토피아라는 이름은 저작물이 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이 멋대로 사용하더라고 하등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3.따라서 원판결이 “또복이”라는 만화제호가 저작물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려면 그것이 만화의 제호에 불과하다는 이유만으로는 그런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것이고 그것이 원고가 독창적으로 지어낸 것인가, 보통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평범한 언어인가를 심리판단한 후에야 비로소 이를 판별할 수 있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만연히 그것이 만화의 제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작물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한 원판결은 첫머리에 적은 위법이 있어 도저히 파기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입니다.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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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의 저작물성 – 또복이 사건 (1)

상표와 저작권이 교차되는 사건이다. 만화가 정운경이 “또복이”를 상표로 등록하였다면, “또복이”를 만화와 출판 등에 쓰이는 상표로 등록했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 제목을 상표로 등록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미국처럼 모든 게 상업화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출판사가 만화 하나를 밀어주기로 하면 그 초기 단계에서 모든 법적인 안전망을 치고 시작하지만 이 사건이 발생한 1967년의 한국에서 그런 것까지 챙기는 만화가가 어디 있었겠나?

어쨌든, 만화가 정운경이 “또복이”를 상표로 등록하였다 하더라도 “또복이”를 빵 이름으로 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표를 등록할 때는 그 상표와 더불어 이용할 제품의 종류도 명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판결이 상표 케이스가 안 된 것은 상표 등록을 안 했기 때문일 것이고, 설사 상표 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이기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저작권 소송을 한 것인데, 상표로 쓰이는 짧은 단어들이 저작권을 보호받기는 쉽지 않다. 이와 유사한 미국의 케이스는 “Let’s get ready to rumble!”이라는 멘트로 유명한 미국의 링 아나운서 이야기인데, 그건 나중에 다시 소개할 것이다.

[국가] – 한국
[판례번호/법원] –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 1976. 12.10. 판결, 76나2052 저작권 침해배제 .

[원심법원] – 원판결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 1976. 6. 9. 선고, 76가합25 판결 .
[키워드] – 제호, 저작물성.
[당사자]
원고, 항소인 정운경(鄭雲耕)
서울 도봉구 수유동 535의 119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두환
피고, 피항소인 삼립식품공업(三立食品工業)주식회사
서울 영등포구 가리봉동 산 67의 2
대표이사 허창성
소송대리인 변호사 현순철
변론종결 1967. 11. 26.
피고 피상고인 삼립식품공업주식회사

[판결문/결정문]
$ 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항소 및 청구취지

원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피고가 제조판매하는 상품 빵에 “또복이”라는 표시를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하여 위 상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5,000,000원을 지급하고 서울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서울신문에 별지기재와 같은 사직광고를 별지 기재요령에 의하여 1회 게재하여야 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및 가집행 선고.

$이유
이 사건에 관한 당원의 판결이유는, 원고가 창작한 만화의 제명(題名)을 피고가 유용하였다 할지라도 원래 작품의 제호는 사상 또는 감정의 표명리라고 보기 어려워 저작물성이 없는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드릴수 없다는 취지의 원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390조에 의하여 원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한다. 그렇다면 원판결은 당원과 견해를 같이하여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니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76년 12월 10일

재판장 판사 박영서
판사 천경종
판사 정상학

$사과문
1975.9.부터 동년 12월 15.까지 당사가 서울 및 부산공장에 제품판매한 막대한 량의 “삼립” “또복이”빵은 만화가 정운경씨의 만화 제목 “또복이”를 허락없이 빵 이름으로 무단 사용한 것입니다. “또복이”는 정운경씨가 15년전 동물만화 제목으로 창안한 것을 그 낱말이 주는 영롱하고 즐거우며 독특한 인상은 아동용 상품에 더 없이 적합한 것이며, 15년간 땀 흘려 이루어 놓은 만화 “또복이”의 인기를 기업이윤에 부당히 이용 큰 이익을 본 것입니다. 이는 기업논리를 벗어난 파렴치한 상행위로써 정신적 물질적으로 손해를 끼친 바 큰 것으로 깊이 그 잘못을 뉘우치고 만화가 정운경씨에게 사과와 함께 해명을 드립니다.
1976. . .
삼립식품 공업주식회사
대표 허창서

광고게재요령
1.게재면은 신문 제1면으로 할 것.
2.광고면의 크기는 5단 전면(全面)으로 할 것.
3.광고문은 종서(縱書)로 하고 광고문의 활자는 사과문의 제목은 영(零)호 고딕체 한자(漢字)로, 사과문 본문은 1호 명조체(明照體)국한문 혼용으로, 광고주 삼립식품 공업주식회사 대표이사 허창성은 초호(初號) 고딕체 한자로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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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옥편의 저작물성

한국의 Feist Publication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다음에 …

한자옥편의 저작물성

[국가] – 한국
[판례번호/법원] – 서울고등법원 제3민사부 1962.5.18.판결, 61나1243 간행물 출판금지.

[원심법원] – 원판결 서울지방법원 61가3391 판결.
[출전] – 고등법원판례집, 민사형사특별편(1961-1963).
[키워드] – 한자, 옥편, 사전, 저작물성, 편집저작물.
[당사자]
원고, 공소인 김혁제
피고, 피공소인 정달용

[참조조문]
舊 著作權法
第2 條(著作物) 本法에서 著作物이라 함은 表現의 方法 또는 形式의 如何를 莫論하고 文書, 演述, 繪畵, 彫刻, 工藝, 建築, 地圖, 圖形, 模型, 寫眞, 樂曲, 樂譜,演奏, 歌唱, 舞譜, 脚本, 演出, 音盤, 錄音, 필림, 映畵와 其他 學問 또는 藝術의 範圍에 屬하는 一切의 物件을 말한다.

[판결요지]
원고와 피고는 모두 한자옥편을 간행하고 있는 자로서 원고가 피고보다 먼저 옥편을 간행하였는 바, 피고 옥편의 글자의 배열과 해설 등 그 내용이 원고의 옥편과 거의 유사한 데 대해 원고는 저작권 침해로 인한 간행물 출판금지를 청구하였다.
법원은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제2심에서도 이유설시는 원심과 견해를 달리 하였지만 한자옥편에 있어서 그 해설은 그 옥편의 편찬자에 따라 풀이의 폭(幅)이나 역사성, 시대성 등에 있어 각각 특색을 지닐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작권법 제2조에 규정된 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나, 한자옥편과 같이 저작물의 성질상 거의 비슷한 저서들을 모태로 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사회관념이나 생활감정상 모방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정도의 간행은 저작권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을 유지하였다.

[판결문/결정문]
$ 주문
원고의 이 공소를 기각한다 .
공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사실
원고 소송대리인은 원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별지목록에 쓰여져 있는 가, 나, 다 표시의 간행물(刊行物)인 국한최신홍자옥편(國漢最新弘字玉篇)의 출판 및 발매를 금지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을, 피고 소송대리인은 주문과 같은 판결을 각각 바라다.
사 실과 증거에 관한 당심에서의 당사자 쌍방의 주장은 전부 원판결 사실란에 쓰여져 있는 것과 같음으로 여기에 그것을 전부 인용해 쓰고 그 밖에 원고 대리인은 한자(漢字)옥편이 비록 한자(漢字)를 창조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그 해설은 그 방법이나 내용에 있어 각각 특색이 있는 것이므로 이것은 저작권법에 규정한 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 이유
당사자들의 주장을 볼 것 같으면 원고는 “국한명문신옥편”(國漢明文新玉篇)을 간행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 주장과 같은 “국한최신홍자옥편”(國漢最新弘字玉篇)을 간행하고 있으며, 원.피고가 각각 위의 간행물 출판등록을 하고 있는 사실 등은 원.피고 사이에 서로 다툼이 없고, 당사자 변론의 전취지를 보면 위의 옥편 간행은 원고가 피고보다는 먼저부터서 그것을 간행하고 있는 것이 인정된다.

그런데 원고는 한자(漢字)옥편이라고 하는 것이 그 성질상 한자(漢字) 그것을 새로 창조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해설하는 것은 각 편찬자에 따라 그 내용과 방법이 서로 달라 각각 그 특색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피고가 간행한 위의 옥편의 내용을 보면 피고는 원고의 위의 옥편 내용을 그대로 모필로 등사해서 사진판을 만들어 가지고 출판한 것이며, 난위에(欄頭),초자(草子)나 전자(篆子) 및 부록음고(附錄音考)까지도 사진으로 전재(轉載)한 것으로서 글자의 배열과 해설 등 그 내용의 9할 3분까지가 원고의 위의 옥편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간행의 금지를 구한다고 주장하므로

이 점을 문화적 창작품이 아닌 까닭으로 그 자체를 새로 창작할 수가 없는 제약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이미 먼 옛날로부터 우리 겨레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同化)가 되어 그 쓰이는 바 뜻이 한자(漢字) 그것이 고유(固有)한 것과는 반드시 같지를 않고 우리 것으로서 특징을 지니게 되었으며 또한 그것은 시대의 발전에 따라 그 내용도 점차 발전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한 자옥편에 있어서 그 해설을 그 옥편의 편찬자에 따라, 풀이의 폭(幅)이나 또는 그 역사성, 시대성 등에 있어 각각 특색을 지닐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옥편의 편찬은 민족문화 발전에 보탬을 주는 하나의 창작물이라고 하기에 어렵지 않겠고, 따라서 이것은 이러한 것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저작권법 제2조에 규정된 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니, 이 점에 대하여서는 당원도 원고의 말하는 바와 견해를 같이하는 바다.

그러므로 원고는 위의 옥편에 대한 저작권이 있고 또 그 등록을 마친 것이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저작권은 다른 사람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겠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가 그의 옥편을 간행함에 있어 원고의 그것을 그대로 모필로 등사를 해서 복제(複製)를 하였다고 하는 점을 보면, 이 소송에 나타난 모든 자료를 보아도 그와 같은 복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보이지를 않고

감정인 최근학(催根學)의 감정 내용에 의하면 원.피고간의 두 옥편의 내용은 그 한자수만 해서 1할 2분이 틀리고 당사자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그 해설에 있어서도 상당한 곳이 서로 다르게 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데,

그 진술내용에 비추어 그 방면에 전문적인 소양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인 이숭녕(李崇寧)은 우리 나라의 국 한문 옥편은 이지음에서 약 200여년의 옛적에 저자 미상의 “전운옥편”(全韻玉篇)을 비롯하여 융희(隆熙) 3년 5월에 간행된 지석영(池錫永)선생의 “국한문 자전석요”(國漢文字典釋要)와 1915.11.1에 최남선(催南善)선생의 “신자전(新字典) 등의 간행에 전후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퍽 많은 그런 류의 옥편이 나왔으나 이것들의 내용은 대개 대동소이(大同小異)할 뿐더러 그 모태(母胎)는 위의 지석영, 최남선 두 선생의 간행물과 중국(中國)의 “강희자전(康熙字典)에 두었다고 하는 사실과 또 옥편은 그 성질이 그렇게 할 수 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하는 요지의 말을 하고 있고 그밖에 증인들도 별달리 위의 증언이 사리에 어긋나는 것임을 말하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 위에 인정된 바 두 옥편의 내용이 다르다고 하는 그 나머지 부분이 설혹 원고의 말과 같이 똑같다손 치더라도 그와 같은 정도는 우리들의 사회관념이나 생활감정상 피고의 그것이 원고의 그것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고는 인정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런즉은 피고의 위의 옥편 간행행위가 원고의 그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것이니 그것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청구도 다른 점에 대한 판단을 더할 것도 없이 용납될 수가 없다. 그런데 원판결은 그 이유설시에 있어서는 위와 견해를 달리 하였으나 그 결론에 있어서는 위의 것과 같은 바 있으므로 결국 원고의 이 공소는 이유가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당원은 민사소송법 제384조 제2항과 제95조, 제89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정규
판사 김유현
판사 이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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